석용원 시집(초판본/작가서명) - 눈물 같은 시
눈물같은 詩
石庸源 시집
정원
우리 시단의 계곡 한 곳에서 깨끗이 널어 말리는 옥양목과 같은 작품!
석시인의 시작활동과 문학에의 집념은 푸른 물가 하얀 모래밭에 널려서 눈부시게 반사하는 정경과 다름이 없다.
石庸源
경북 영풍군 평은 출생의 시인, 아동문학가.
1955년 시집 「棕櫚」로 문단에 데뷔.
한국기독교문화상 대상, 시문학상 수상.
한정동, 소천, 해강 아동문학상 수상.
한국 크리스찬문학가협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이사,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이사 역임.
현재(1993) 한국현대시인협회 지도위원.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회장.
숭의여자전문대학 교수.
시집/
「종려」, 「잔」, 「밤이 주는 가슴」, 「야간열차」,
「하나님 보시기에 좋아라」, 「가난한 시인의 기도」, 「겨울 명동」.
이 밖에 수필집, 동시집, 동화집, 연구서 등 다수.
여덟 번째 시집을 펴내면서
내 여덟 번째 시집을 세상에 내보낸다. 시집을 펴낸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지만 한편 기쁘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마치 자녀를 출가시키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비록 모자라고 못생겨도 내가 낳은 자식이기에 홀로서기를 위해 떠나보내는 대견스러움도 있다. 출가시켰으니 나가서 사랑받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문단이라는 이색지대에 발을 들여놓은 지 벌써 40년이 다 되어간다. 밥 먹고 숨쉬면 나이는 저절로 먹는가 보다. 나이가 쌓일수록 내 시 작업에 대한 뉘우침이 크다. 아무튼 내 호흡은 거칠다. 눈물 같은 시를 써야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써 놓고 보면 자꾸만 딴 길로 가버린 건 무슨 연유일까.
내 시의 토양은 기독교적 신앙이다. 나는 그런 집안에서 태어났고 성장했다. 그러나 거기에 묶이기를 거부했고 한없이 자유스럽기 위해 발버둥쳤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모반만 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끝내 반신앙적인 식민지 같ㅇ느 곳에 안주하게 된 것을 스스로도 놀라는 때가 많다. 하지만 그것이 곧 신앙과 이어진다는 것을 나이를 먹고서야 깨달았다. 어쩔 수 없이 내가 가야 할 곳을 알게 되었고, 이제는 더 거부도 발버둥도 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처음에 이 시집 표지에 「최후에 빛나는 나무」라는 이름을 붙이려 했었다. 물론 신앙과의 연관 때문이었다. 원고 정리를 마치고 송고 직전에 「눈물 같은 시」라고 바꾸었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이 모두 눈물 같은 시는 아니다. 이슬처럼 맑은 시는 어쩌면 한 편도 발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런 시를 쓰고 싶다는 염원이 담겼으면 해서 아예 큰맘 먹고 달아버렸다.
아무래도 시가 건조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다소 물기가 있어야 한다는 게 요즈음 내 마음을 지배하고 있다. 나이 탓이라도 어쩔 수 없다. 앞으로 내 작업의 방향은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4부로 나눈 것은 편집의 편의를 위한 것이고, 다른 굉장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책 끝에 제 15회 시문학상 심사기를 수록한 것은 독자가 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이다.
책을 펴낼 엄두를 못 내고 있는데 마침 경기도에서 문화예술 진흥기금 지원을 받게 되었고 도서출판 정원 강수원 사장의 후의로 용기를 얻었다. 고마운 인사를 드린다. 이제 내게 저서를 보내준 문우들에게 빚을 갚게 되어 기쁘기 그지 없다.
1993. 3. 과천 관악산 기슭에서
석용원
1993년 3월 5일 인쇄
1993년 3월 10일 발행
지은이 석용원
펴낸이 강수원
펴낸곳 도서출판 정원
값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