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욱 시집(초판본) - 사랑엔 피해자뿐 가해자는 없다
사랑엔 피해자뿐 가해자는 없다
장욱 시집
문학사상사
어느 강산
어느 전선에서도
우리들의 사랑엔
아름다운 피해자뿐이다.
가해자는 없다.
장 욱
1956년 정읍 출생.
전북대학교 국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88년 《월간문학》 신인상.
1992년 《문학사상》 신인상.
1993년 제4회 풍남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사랑살이》 외 다수가 있으며
현재(1996), 전주 기전여중 교사로 재직중.
첫머리에
봄눈은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추억을 문지르듯 나의 창엔 자상한 어조로 봄눈이 내렸다. 봄눈은 쌓이지 않는다. 발자국을 남기지도 않는다. 어쩌면 내가 걸어온 날들을 말끔히 지워 버렸다. 아픔이고 사랑이고 한 살로 뭉쳐 하늘하늘 매달아 놓은 겨울날들을 지나왔다. 그 겨울의 청춘을 떠나 왔다.
봄은 언제나 새봄이다. 보리밭을 지나 언덕을 넘어 발자국은 발자국을 따라온다. 꽃들은 꽃들을 따라와 꽃이 핀다. 누군가 부활을 꿈꾸는 자이 영혼을 데리고 와 인장을 찍듯 발자국을 똑똑 찍어 가고 있으리라.
새 시집을 엮는다. 그 동안 열정만으로 써댄 적지 않은 시편들을 차분히 추슬러 보았다. 연작의 죄수 같은 번호들을 떼어 내고 하나하나 제목을 달았다. 제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어렵다. 헐렁하기 짝이 없다. 부끄럽다. 만용의 흔적들이 낮달처럼 창백하다.
시를 쓰는 건 내 삶을 먹는 것이요, 시집을 엮는 건 내 삶의 아쉬움을 떨치는 것이다. 다시 시를 쓰고 싶다. 내 시의 모자람을 알기 때문에······.
1996년 새봄 장욱
사랑엔 피해자뿐 가해자는 없다
찍은날 / 1996년 1월 15일
펴낸날 / 1996년 1월 20일
지은이 / 장 욱
펴낸이 / 박공근
펴낸곳 / 문학사상사
값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