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탁 시집(초판본/작가서명) - 꿈을 꾸는 초록대문
꿈을 꾸는 초록대문
강신탁 첫시집
도서출판 천산
강신탁의 시는 구리빛 얼굴에다 투박하나 정다운 외침을 토해내는, 대지에 뿌리박은 굳건한 보통사람들의 땀냄새를 풍긴다. 어찌보면 이 시인에게 왜 이리도 불평이 많은가 반문하고 싶을 만큼 다방면에 걸친 잡다한 관심에 독자들이 질려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같은 시대의 미학적 동반자로서 애정을 기울여 강신탁이 시세계속으로 잠입하노라면 곡절과 사연이 많은 현대 한국사를 배경삼아 한많은 삶을 살아온 얼굴들이 정겹게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제1부 ‘정치 풍자·역사 의식 편/공소 시효는 없다’에서 이 시인은 가장 날카로운 분노의 목청을 높이는데, 여기서 그는과거와 현재를 구분하지 않은 채 인간 사히가 지닌 본질로서의 부정 부패의 양상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이상한 나라-’95. 현충일, 손자와 함께 국립 묘지에서‘와 같은 시에서는 국립묘지가 지닌 민족사적인 의미를 극명하게 묘하하면서 ’결국 나라는 훔친 자의 것인가‘고 묻는다. ’표도둑임금 전설‘ ’청기와궁 도깨비전‘ ’3월 1일의 얼굴-탑골 공원에서‘ ’ 공소 시효는 없다-5·18 진압 공수대원의 수기‘ 등등 제목만 봐도 이 시인이 무엇에 대하여 왜 분노하고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듯이 강력한 역사의식을 담고 있다.
-임헌영의 서문 ‘대지에 뿌리박은 굳건한 보통 사람들의 땀냄새’에서
책뒤에
‘우리집 오래뜰엔 초록대문 서있다.’
우리집 오래뜰엔 초록대문 서있다. 문은 낮·밤으로 열려 있어, 밤에도 푸른 꿈나무들이 드나든다. 겨울에도 꽃이 핀다. 대문을 나서면 詩曜日로 통하는 신작로가 깔려 있다.
그러나 5월 돌림병 창궐했던 자국은 아직도 가위눌리는 잠을 자고, 8월에 잃어버린 반쪽 몸체는 하늘보다 더 높은 담장벽에 깔려 누워 있다. 이 담장에 초록대문 세워야겠다. 4시 4철 일곱 빛 열매 영근 꿈나무들 오가는. 저승 간 아내라도 찾아 선물 줄 수 있는, 그런 열린 문을 향해 지금 오솔길이라도 닦아봐야겠다.
1996, 3. 1. 경기도 화성에서
강 신 탁
작가약력
1929 경북 봉화 출생
1949 동국대학 전문부 문과졸업
연극·영화 활동 20년(예명 姜 鳴)
1995. 제15회 ‘자유문학’ 신인상 시부 당선.
현재(1996)‘桓檀詩’ 동인, ‘해방 공간으로 가는 문학회’ 회원
1996년 7월 31일 찍음
1996년 8월 15일 펴냄
지은이 강신탁
펴낸이 신세훈
펴낸데 도서출판 천산
값4,500원